사실 요즘 젊은 농업인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온라인 식품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아예 농사부터 시작해 부를 이뤘다는 성공사례도 흔해졌다. 그런데도 ‘귤메달'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브랜드의 대표를 만나봐야 겠다고 생각한 건 상세페이지와 제품 패키지에서 느껴지는 진심때문이었다. 상품을 향한 애정과 자부심 덕일까, 귤메달은 입점 1년도 채 되지 않아 30배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고 하니 그 비결도 궁금했다. 가을 초입 어느 날, 제주도에서 상경한 젊은 농업인 양제현 귤메달 대표를 직접 만났다. 그가 재배하고 판매하는 귤처럼 달콤새콤한 초보 사장님의 성공기를 소개한다.
Q. 귤메달이라는 브랜드를 소개해달라.
양제현 대표(이하 양). 할아버지 대부터 대대로 귤 농장을 운영해왔다. 품질 하나는 자신있는 우리 농장의 귤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만든 브랜드가 ‘귤메달'이다. 이름 그대로 최상의, 고당도 시트러스만 취급하겠다는 다짐이다. 귤을 필두로 황금향 등 다양한 시트러스 과일을 판매하고 있다.
Q. 삼대 째 이어지는 가업이다. 어떻게 가업을 잇게 되었나?
사실 원래는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나름 유명한 회사의 사무직으로 일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셨고, 자식처럼 키워오신 농장을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뛰어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셈이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이야긴데,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Q. 아버지가 운영하실 때는 오프라인 판매만 했다고 들었다. 온라인 판매를 고려하게 된 계기는?
가장 큰 문제는 안정적인 판매망이 마땅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할아버지 대부터 재배해온 기술력이 있는 만큼 맛과 품질은 제주도 내에서도 특품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경영난이 심했고 농장이 브랜딩이 전혀 안되어있지 않았다.
우라나라 농업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재배하는 농장의 수익이 도매상인의 가격 정책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다. 도매 가격 정책이라는 건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너무 변동 폭이 심하다. 처음 농장을 맡았을 때 코로나 이슈로 수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 기대를 한참 밑도는 가격에 애지중지 키운 귤을 팔아야 했었다. 그래서 수익화 모델을 개선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Q. 온라인 판매를 시작해보니 어땠는가? 처음이었을텐데.
급한대로 통신판매업 신고증이 없어도 되는 플랫폼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했다. 그런데 매출이 너무 안나왔다. 지인이 몇 개 사주는게 전부였다. 처음이라 그렇기도 했겠지만, 일단은 상품이 보여져야 살텐데 그 보여지는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빨리 수익 파이프라인을 늘려야 겠다고 생각했고, 쿠팡에 입점했다.
Q. 막상 판매해보니 어땠나?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가장 어려운 점은 두 가지였는데, 제품의 사진과 디자인 그리고 신선하고 빠른 배송을 제공하는 것.
먼저 제품 사진을 찍어서 상세페이지 만드는 것 부터 난관이었다. 디자인과 사진에 대해 기초 지식이 전혀 없고 장비도 마땅치 않아,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촬영하고 그림판으로 상세페이지를 직접 제작했다. 촬영법과 보정방법을 모르다보니, 아무리 사진을 열심히 찍어도 구도나 빛의 방향에 따라 상품의 느낌이 많이 달라져서 힘들었다. 이 부분은 촬영과 보정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뽑아 우리 농장 만의 개성을 찾아가는 식으로 개선했다.
두 번째는 포장과 배송이다. 제주도 특성상 기본 택배 물류비가 기본 4-5천원으로 육지에 비해 고정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또 택배 센터로의 이동 및 분류과정 중 귤이 파손되거나 신선도가 떨어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제주 안에서 유통할 때는 신경쓸 필요 없던 다양한 변수가 매일 생겼고, 소위 말하는 ‘뒤에서 까지는 비용(과일 등이 상품성을 잃어서 발생하는 비용)’이 높아서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귤의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박스 두께와 사이즈를 고안해 맞춤형 박스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늘어난 고정비는 다른 비용, 보관비 등에서 최대한 절감하여 상쇄했다. 또 택배 사무소와 매일매일 가깝게 소통해서 풍랑주의보 등 날씨 변수를 최대한 빨리 파악해서, 가급적 빠르게 배송하려고 노력한다.
Q. 쿠팡을 시작할 때 걱정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솔직히 그렇다. 가격 경쟁이 심하다, 로켓 프레시를 하지 않으면 절대 매출이 안나온다는 식의 위협 아닌 위협을 여러 커뮤니티에서 들은 것은 사실이다. 반면 쿠팡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심적 압박이 있었기에 과감히 시작했다.
Q. 쿠팡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있나?
주변에 알고 있던 업체 쿠팡에서 판매를 시작했다가 매출이 폭발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주문이 들어와 애를 먹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그때 아, 쿠팡은 일단 판매를 시작해서 궤도에 오르면, 탄탄한 수익 파이프라인이 되겠구나 라고 직감했다. 나중에 가서야 그게 ‘아이템위너’가 된 효과라는 걸 알았다.
사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던 시점부터 쿠팡은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쿠팡을 생각하지 않고 사업할 수 있을까 싶다. 많은 잠재고객들이 이미 쿠팡 안에 있고, 쿠팡의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 아닌가. 또 경쟁사들이 이미 쿠팡 플랫폼 안에서 플레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빨리 쿠팡에 정착하지 못한다면 후에 진입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했다. 오히려 문제는 어떻게 쿠팡에 잘 정착하고, 쿠팡시스템에 녹아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Q. 쿠팡에서 귤메달만의 경쟁력을 찾아낸 방법이 있다고 들었다.
판매의 기본은 고객을 이해하는 거다. 쿠팡에 있는 수많은 고객들은 아이템위너 등 쿠팡의 고객 중심 시스템에 적응한 분들이다. 로켓프레시라는 막강한 경쟁자도 변수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해서 귤메달만의 전략을 찾기 위해 상품 구성을 쿠팡 맞춤형으로 기획하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좋은 상품을 제공한 것이 답이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면,
(1) 아이템위너 상품 기획
과일의 특성상 ‘가족과 함께사는 4-50대 여성고객’이 가장 큰 메인타겟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쿠팡은 2,30대 고객, 1인가구 고객도 많기 때문에 이 고객 군을 공략한 새로운 상품 구성이 필요했다.
그래서 호기심성 소량구매 고객과 25-35고객을 타깃으로 해서, 기존의 대용량이 아닌 1kg 팩구성 상품을 주력 행사 상품으로 기획했다. 또 2kg 구성도 1kg 팩 두개로 구성하며 변주를 줬다. 거기에 젊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보관이 용이하고 재밌게 바이럴할 수 있는 형태’로 접근, 박스에 디자인도 입히고 리플렛도 세련되게 디자인했다.
(2) 상품의 경쟁력
신선식품은 대부분 가격과 상관없이 ‘고관여 상품군' 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한번 만족한 고객은 신뢰를 바탕으로 재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맛과 신선도 측면에서 한 번 구매한 고객이 만족하고 재구매 할 수 있도록 상품 관리에 온 힘을 쏟았다. 한 번에 많은 과일을 입고하기 보다는 힘들더라도 소량으로 여러 번에 걸쳐 수확을 하는 방식으로 농장 운영 체제를 바꿨다. 사실 그 과정에서 농장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했다. 하지만 브랜드를 위해 발벗고 변화해주어서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3) 브랜드 차별화
7,8월은 여름이라 하우스 감귤만 나오는 시점이었고, 고객들도 귤은 여름에 맛이 없을거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 하지만 여름 귤은 하우스시설의 통제된 변수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당도나 퀄리티가 겨울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런 부분을 상세페이지에 충분히 설명하고, 상품명도 재밌게 ‘여름감귤’ ‘썸머귤’ 등으로 튀어보이려고 노력했다. 고객님들이 리뷰에 이런 상품명을 자주 언급해주신 걸로봐서 구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느낌이 든다.
브랜드 측면에서는 제주도 농장에서 당일 포장 &당일 산지출고한다는 우리만의 강점을 전면에 내세웠고, 이 점을 상품명과 썸네일 등에서 최대한 강조하고자 노력했다. 결국 아이템위너로 상단에 배치되며 단기간에 빠르게 판매고가 늘었고, 8월부터는 기존 입점했던 플랫폼 중 쿠팡이 가장 큰 주력채널이 되었다.
Q. 이 세 가지 전략이 효과를 봤는지?
물론이다. 초여름부터 매출이 서서히 오르더니 8월부터 전에 못 보던 일 매출이 찍히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하루 매출이 2천만원이 되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사실 그 전날부터 매출 오름세가 심상치않아 밤새 주문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었다. 오후 1시까지 택배를 보내야 당일 출고가 되기에 새벽부터 포장하느라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우리 농장 직원들 뿐만 아니라 택배 영업소 사장님까지 모두 한 마음으로 택배를 포장해, 무사히 당일 출고할 수 있었다.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Q. 지금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
위에 말한 전략이 먹히면서 2021년 6월 대비 7월 매출이 10배 가까이 높아졌다. 8월 말에는 추석을 맞아 황금향 등 선물세트를 발빠르게 출시했는데, 그 효과로 30배까지 매출이 껑충 뛰었다. 9월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성수기에는 5천만원도 거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은 더 바빠지겠지만, 말 그대로 즐거운 비명이다.
Q. 건승을 기원한다. 앞으로 귤메달의 꿈이 있다면?
한국에는 선키스트나 제스프리같은 단일 민간 과일브랜드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래서 귤메달의 최종 목표는 고객만족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국내 시트러스 카테고리안에서 가장 고객 신뢰도가 높은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당분간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품질 선별 시설 (과일선과기)과 콜드체인 설비(저온후숙창고) 확충에 재투자할 예정이다. 고객이 좋아하는 쿠팡에서 최대한 많은 고객을 만나고, 귤메달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싶다.
Q. 아직 쿠팡 입점을 망설이는 판매자님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쿠팡은 고객의 리뷰와 구매만족도, 평균 배송일 등 고객 만족 지표가 상품의 노출과 신규 고객 유입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즉 고객의 만족도가 자연스럽게 매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광고비나 상세페이지 등 마케팅 요소에 아무리 신경쓴다 한들 상품이나 배송의 퀄리티가 낮다면 만족할만큼 성장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당장의 이익보다는 기구매 고객의 만족도 중심으로 상품 전략을 맞추다보면, 상품의 노출과 구매전환율 지표는 알아서 빠르게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을거라고 확신한다.